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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뇌의 평화가 바로 지구의 평화
  2003.03.17   10700
   
[인물 포커스]단학선원 창설 이승헌 뇌과학연구원장

《“왜 평화운동이냐고요? 명상의 출발은 개인의 평화지만 결국 한 사람의 건강을 넘어 사회, 인류의 평화로 넓어질 때 개인의 평화는 완성될 수 있습니다.”

‘명상 도시’로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주 세도나에 세계 최대규모의 명상센터를 세워 그곳에 머물고 있는 ‘단학선원’ 창설자

이승헌(李承憲·53) 한국뇌과학연구원장이 잠시 귀국했다. 1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린 ‘휴머니티 콘퍼런스―지구인 평화포럼’에 대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오스카 아리아스 산체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등이 자리를 함께 한 이 대회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이번엔 그가 천안에 세운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개교를 기념하는 의미도 있었다.

50명의 신입생을 받아들이며 문을 연 이 학교는 국내 첫 ‘평화학’ 전문 대학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근 이 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단학과 ‘뇌호흡’의 창설자, 명상가로 알려진 그가 이젠 평화운동가로 변신한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 명상의 시작과 끝은 평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단월드’ 빌딩에서 이 원장을 만났다. 50대 초반인 그는 보기 좋은 은발에 평범해 보이는 외모였다. 다만 정신수양을 오래 한 사람답게 나직한 목소리와 시종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에서 뭔가 무시 못할 ‘기(氣)’가 전해지는 듯했다(그의 이력이 그 같은 선입관을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

―평화대학원 이사장, 새천년평화재단 총재, 뇌과학연구원장, 지구인연합회 회장 등 하도 직함이 많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군요.

“내가 생각하기에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애초부터 의도하고 일을 벌이고 단체를 만들었다기보다 필요한 상황에 따라 자꾸 만들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대체로 일정한 궤적이 있는데 개인에서 집단, 인류로 지평이 넓어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그냥 ‘명상가’로 불리는 게 가장 좋습니다. 제가 지금 벌이고 있는 평화운동도 뿌리는 명상에서 비롯된 겁니다.”

‘명상과 평화운동.’ 일반인들에겐 쉽지 않은 고리지만 그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운동가로 꽤 알려져 있다. 2000년 8월엔 유엔 세계정신지도자회의에 50명의 대표 중 한 명으로 선정돼 개막식 때 ‘평화를 위한 지구인의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사람의 병을 낫게 해주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주는 심신단련법 정도로 인식돼 온 단학이 국제적 보편성을 얻어가는 걸까.

―단학과 평화운동이란 게 일반인들에겐 좀 뜬금없이 비치지 않을까요.

“명상에 대해 잘 모르면 그럴 수 있죠. 하지만 평화는 단학이 추구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궁극적인 지향입니다. 평화의 주체는 사람입니다. 평화를 이루려면 사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단학에서는 뇌호흡을 중시하는 겁니다. 뇌 속에 신도 있고 지구도 있습니다. 새로운 정신문명을 창조할 새로운 평화 공동체 문화는 그래서 뇌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휴머니티 콘퍼런스에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참석했고 올해도 쟁쟁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는데 외국에 유력한 지인들이 많은 모양이죠.

“제가 개인적으로 안다기보다 단학이 외국에 많이 보급된 덕분입니다. 고어는 단학 회원의 제자라는 인연으로 참석하게 된 겁니다. 미국에서 단학은 특히 중상류층에 많이 퍼졌습니다. 유명 배우 중 데미 무어나 스티븐 시걸도 단학을 배웠습니다.”

1991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현재 미국 내에 70여개의 단센터를 건립했다. 수련생은 벌써 10만여명. 애틀랜타시는 매년 10월 28일을 ‘닥터 리(이승헌 박사)의 날’로 지정해 기념할 정도다.

“처음에는 미국인들이 인도의 요가만 알지, 한국에도 이런 정신문화가 있는 줄 몰랐어요. 단학을 처음 배울 때는 ‘한국식 요가’라고 하더니만 나중엔 요가보다 더 낫다는 말을 하더군요.”

이 원장은 “미국 등 외국에서 단학은 심신건강법으로서뿐만 아니라 조화와 화합의 철학으로, 평화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정신운동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 단학 회원 중에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서 정신적 공허감을 느끼는 고학력층이 특히 많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재작년 9·11테러 이후 회원이 많이 늘어난 것도 그래서인 것 같습니다.”

● 단학은 세계 공략할 한국 특산품

97년 세워져 그의 호를 따 ‘일지(一指) 명상센터’로 명명된 세도나의 단학선원 세계본부는 25만평 규모로 인도의 ‘라즈니시 센터’에 비견되는 명상의 산실이 돼 있다. 그곳에선 매년 1000명씩 마스터(사범)가 배출돼 세계 곳곳에서 단학을 전도하고 있다.

세도나에서의 생활을 물었더니 배석한 연구원 홍보실 직원이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도장에서 벽안의 서양인들이 도복을 입고 수련하는 모습이 보였다. 태권도처럼 이곳의 수련 용어는 한국어를 쓴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붓에 먹물을 묻혀 ‘홍익인간’ 등의 한자어를 쓰고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세도나 한국 민속촌 건립 기공식’ 장면을 찍은 사진도 있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국 민속촌을 세우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명상’을 정신운동으로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한국의 특산품’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외국에 자동차 한 대 팔아 남는 게 100달러라고 하는데 우리는 한달 회비로 100달러를 받습니다. 지하자원 없는 우리나라에서 개척하기엔 더없이 훌륭한 문화사업입니다. 게다가 그 시장은 앞으로 무궁무진합니다.”

● “나는 비범한 사람 아니다”

국내 단학 인구는 현재 100만여명. 80년대 시작된 이후 20년만의 성장이다. 그러나 급성장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종교집단화되고 있다는 비판, 선원 운영과정의 잡음 등 많은 뒷얘기들이 나돌았다.

‘단학의 종교화’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다. ‘옛일’을 들추는 기자에게 그는 “종교가 무엇인가요”라고 반문하면서 “단학은 종교도 아니고 종교가 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격화니 종교집단 운운은 옛날 초창기 때 일”이라면서 “다 지나간 일이고 세상이 어떻게 보든 관심 없다”고만 말했다.

따지고 보면 그에 대한 신격화나 여러 시비를 낳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일반인에겐 비범해 보이는 그의 ‘능력’때문이었던 듯도 하다. 그는 20여년간 하루 3시간만 자며 맹렬한 수련을 해 왔다고 한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병이 낫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원래 이 사회에 적응을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학교공부도 제대로 안 했고요. 다만 내 자신의 문제를 풀려고 방황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된 것일 뿐입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보통 사람도 노력하고 고민하면 원장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

“중고교 동창들을 만나면 지금의 내가 믿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뭐든 안 되는 법이죠. 자기(뇌) 능력을 확신하면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지극히 평범한 결론이었다.

이명재 기자 mjlee@donga.com

▼단학과 李원장▼

‘단학’은 엄밀히 말해 이승헌 원장이 창안한 게 아니다. 한국 고유의 명상 수련법이다. 이 원장은 그걸 현대화하고 체계화해 보급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단학을 발견한 건 청년시절 전주 모악산에 들어가 100일 수련 끝에 깨달음을 얻으면서였다”고 말한다.

경기 안양시의 한 공원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심신수련 지도를 하기 시작한 것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고 85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첫 단학선원을 냈다.

이 원장은 91년 한국인체과학연구원을 설립해 두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두뇌개발 수련법이라고 할 수 있는 ‘뇌호흡’을 창안해 주목을 받았다.

단학은 초기부터 ‘종교가 아니냐’는 시비가 떠나지 않았다. 특히 단군의 홍익인간 사상을 숭배, 단군상 건립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독교측과 심각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승헌 원장은…▼

△1950년 충남 천안 출생 △77년 단국대 체육교육학과 졸업 △82년부터 단학 보급

△저서 ‘한국인에게 고함’ ‘힐링 소사이어티’ ‘숨쉬는 평화학’ ‘단학’ ‘뇌호흡’ 등

동아일보(3.5)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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